바나나, 콩코드, 대만 미사일, 인권, 스키 곤돌라….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최근 유럽, 중국 등과 맹렬히 설전을 벌이고 있는 주요「분쟁 품목」들이다. 사담 후세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등이 「골목깡패」라는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정치·경제분야의 「총성없는 전쟁」에서는 미국도 종종 「악질 보안관」이란 힐난을 받고있다.
『전 세계를 미국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것 아니냐』 는 비아냥이 거세지면서 「미국 제일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골적 반발이 점차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첫 사건은 바나나 분쟁으로 시작된 EU와의 무역전면전. 미국은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국가들의 바나나 수출에 대한 EU의 조치가 자국의 다국적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차별적 행위」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3일 WTO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나올 경우, 5억2,000만달러 어치의 EU 수출품에 대해 100%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측발표가 나오면서 다시 험악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미 상원은 또 지난달 유럽의회가 소음·공해 등의 이유로 미국의 노후항공기 취항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이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에 취항하는 유럽 콩코드기의 이·착륙을 금지시키겠다』 고 맞받아 쳤다.
EU는 『바나나와 아무 관계없는 품목에 대해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나, 개별 항공업체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초법적 발상』 이라며 개탄하고 있다.
중국과는 대만 미사일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최근 인권보고서로 한차례 설전을 벌였던 양국은 「영원한 딜레마」인 대만 무장문제로 다시 대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무장관의 대만 방문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면서, 『중국이 요격미사일 방위체계 등 대만에 대규모 무기를 판매하려는 미국측 방침에 강력히 경고했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난 것』 『미국의 한 주(州)에 중국이 미사일을 판다면 어떻겠느냐』 는 등 이례적으로 강력한 수사(修辭)를 동원하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4일 미 군사법정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은 미 정찰기 조종사 리처드 애시비(31) 대위의 「곤돌라 사건」도 유럽 당사국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애시비 대위는 지난해 2월 해병대 정찰기를 몰고 이탈리아 카발레세 인근 산악을 저공 비행하던 중 곤돌라 지지선을 끊어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관광객 등 20명을 숨지게 했다. /황유석기자 hwang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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