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막후 실력자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53)가 5일 독립국가연합(CIS) 사무총장직에서 해임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와의 권력투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위궤양으로 요양중인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외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베레조프스키의 월권 및 직무유기를 비판하면서 해임조치했다고 보도했다.베레조프스키는 제 1채널인 OPT TV와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등 언론을 비롯해 석유, 항공, 자동차 기업을 이끄는 30억달러 규모의 재력가로, 행정부의 권한 강화를 노리는 프리마코프 총리와 권력암투를 벌여 왔다.
특히 프리마코프 총리가 지난달 베레조프스키 계열사들을 겨냥, 반부패 운동의 칼날을 들이대고 이 회사들이 옐친의 딸인 타치아나와 고위 관리들에 대한 도청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프리마코프는 『베레조프스키가 월권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베레조프스키는 『경제자유를 무시한 전제주의적 발상』이라고 맞섰다.
베레조프스키의 낙마로 「포스트 옐친」시대의 권력추는 프리마코프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레조프스키는 『러시아 대통령은 CIS 사무총장 해임 권한이 없다』며『(해임 승인권을 지닌) CIS 국가 중 한나라라도 반대한다면 현직을 유지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해 개혁지향적이었던 키리옌코 전총리를 물러나게 하는 등 정·재계에 막강한 지원세력을 거느리고 있어 권력투쟁의 최종승패는 두고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김병찬기자 b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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