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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에세이]서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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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에세이]서해안

입력
1999.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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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아니게 포근한 날씨에 이른 봄마중 삼아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인천에서 시작되는 서해안고속도로는 서울에서 가자면 안산IC에서 만난다. 여기서 잠시 고속도로를 역상하여 월곶에서 빠지면 시화공단이요 그 끝에 시화호가 있다. 12.6㎞의 시화호 둑은 현재 서해안에 걸린 방조제 중에서는 가장 길다. 대해(大海)와 대호(大湖)사이를 차로 10분이상 걸려 외나무다리 건너듯 건넌다. 서해의 장관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염 소동으로 담수호이기를 포기한 시화호에는 갑문으로 해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다시 타고 남하한다. 길이 한산하여 티코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고속도로는 2001년이 완공이어서 서평택의 아산만 앞에서 일단 끊긴다.

이 고속도로가 아산만을 단숨에 건널 다리가 서해대교다. 총연장 7.31㎞로 국내 최장이 될 다리는 한창 공사중이어서 교각들의 행렬이 아득하다. 2000년 말 완성되면 서해의 명물이 될 것이다.

국도로 내려서서 경기와 충남의 경계인 아산호의 방조제를 지난다. 조금 못미처에 있는 남양호의 방조제와 함께 1974년에 준공된 것으로 사실상 서해안의 대규모 간척사업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후 25년동안 서해안의 꼬불꼬불한 해안선은 직선화운동을 계속해 왔다.

그 5년 뒤 완성된 아산과 당진사이의 삽교방조제는 아산호에서 약 10㎞의 거리다.

당 진군의 북쪽 끝에서 해안을 따라 서산으로 넘어 가자면 7.8㎞의 대호방조제를 지나야 한다.

이렇게 총총히 바다가 호수되고 바닷물이 민물이 되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푸른 바다가 경지로 변했다.

동해는 오전이요 서해는 오후다. 어디서 가나 서해는 대개 오후다. 그래서 서해는 항상 역광(逆光)이다. 물빠진 은회색의 개펄이 역광에 고래등 같이 빛난다.

태안반도를 종주하여 안면도가 길게 막아선 천수만에 이르면 여기가 현대의 서산농장이다. 7.7㎞에 달하는 2개의 둑이 해안선을 152㎞나 줄이면서 생긴 4,600만평의 광활한 평야는 바다였으므로 정말 바다같다.

방조제로 연륙이 되어버린 중도의 간월도에는 명산인 어리굴젓 장수들이 늘어섰고, 맨 끝쪽에 매달린 조그만 섬은 섬 전체가 간월암이라는 암자로 서해의 이색 풍물이 되어 있다.

서산을 나와 홍성군의 광천을 지나다 보면 길가는 온통 토굴새우젓의 가게들이요 그 도열이 방조제만 보아온 눈에는 방조제만큼이나 길다.

금강하구도 긴 둑을 건너 전북땅으로 들어선다.

부안군 북단에 바둑판 모양으로 경지가 정리된 땅이 계화간척지다. 바다 가운데의 계화도를 2개의 방조제가 연결한 것으로 서산농장 이전까지는 국내 최대규모의 간척사업이었다. 서산은 크기가 이 계화의 5배나 된다.

그러나 그 서산도 2004년에 완성될 새만금 간척지에 비하면 규모가 3분의 1밖에 안된다. 새만금의 현장은 바로 계화간척지의 앞바다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초입의 변산면 대항리에서는 기다란 제방이 허허한 바다 복판을 향해 끝간데 없이 줄달음치고 있다. 이 둑이 고산군도를 지나서 군산 앞까지 장장 33㎞로 이어지면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된다. 그 때 어느 지평선보다 긴 둑길 위에서 바라볼 황해 바다의 수평선, 그 수평선 위의 낙조는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변산반도를 일주하는 해안도로는 연휴의 주말인데도 비었다. 서해안은 쓸쓸하다. 간조의 갯벌 위에 얹힌 빈 배처럼 쓸쓸하다.

반도 끝자락의 포구인 곰소에는 길가에 온통 젓갈, 젓갈, 젓갈의 간판들이 줄섰다. 조금 더 내려오다 영광의 법성포에 들르면 이번에는 온통 굴비, 굴비, 굴비의 간판들이다.

곡예의 해안선을 칼로 베듯 직진해 오는 서해안고속도로가 무안에서부터는 이미 개통되어 종점인 목포에 이른다. 목포에서는 영산강 하구둑과 이에 연계되는 영암·금호 방조제가 또한 영산강유역을 옥토로 만들고 있다.

서해안은 둑과 둑의 연속이다. 서해안에는 국토의 진화의 역사가 있다. 우리 국민은 우리 국토를 너무 모른다. 서산농장이나 새만금이란 말은 수없이 들었겠지만 어디 있는지라도 아는 타지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 서해안을 모르고 국토를 안다고 할 수 없다. 국토에 대한 애정 없이 나라 사랑도 없다. 국토의 지도를 새로 그려가는 일은 나라의 그림을 새로 그리는 일이다. 서해안에는 낙조나 개펄말고도 젓갈집들 같은 매력 포인트가 너무나 많다. 국토탐험에 나선 발길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서해안의 한산한 길들을 메울때 동서화합도 인위적으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될 것이다. 그것이 국토의 힘이다. /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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