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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실세대’에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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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실세대’에 희망을

입력
1999.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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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의 한 대졸실업자는 밤마다 가위눌린다고 털어놨다.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 이러다가 몇년씩 실직자로 지내는게 아닌가 라는 공포, 그동안 어렵게 자신을 교육시켜준 부모에 대한 죄책감등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실직자가 돼버린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과 좌절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한국일보에 연재된 「상실세대」시리즈는 IMF체제아래 고학력 실직자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문대 또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39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중 군입대자·대학원진학자 6만2,000여명과 취업예상자 12만여명을 빼면 대졸실업자가 21만3,000여명이나 된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7만여명을 포함하면 30만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14년이상의 교육기간을 거쳐 길러낸 고급인력의 4분의 3이 사장되고 있다. 게다가 70년대이후 출생한 이들 고학력실업자군(群)은 학생운동의 퇴조와 컴퓨터 보급등으로 어느 세대보다 알찬 학교교육을 받은 꿈나무들이며,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력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정부는 올해초 1,250억원을 지원해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자 3만8,000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인턴제 확대, 공공부문 정보화요원 채용, 전문직 자격취득 지원, 공공기관 행정서비스요원 채용, 대학원 연구과정 학비지원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임시적일 수밖에 없고, 근본적인 대책은 경제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길 뿐이라는 점에 실업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우선 정부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임시적인 일자리라도 최대한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 해외취업과 연수등 고학력을 이용한 일자리 개척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학력자 실업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대단절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성장의 둔화 등으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직업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도 「상실세대」라는 좌절감에 빠져 방황할게 아니라 젊은이 특유의 개척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아직 부양가족이 없는 젊은이들의 실업은 나이든 세대의 실업에 비해 부담이 적고, 인생에 대해 좀더 준비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 더 심한 경제난과 취업난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부모세대를 생각하며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벤처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눈높이를 조정해 어려운 시기에 다양한 인생경험을 쌓는 것도 젊은이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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