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인의 시가 일본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처음으로 실린다.해외문화홍보원은 4일 『예술원회장 조병화(趙炳華·78·사진)시인의 작품 「난(蘭)」 전문이 2000년도 일본 문부성 검인정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리게 됐다』고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이날 일본 문부성과 주일 한국문화원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조시인도 『일본 문부성 국정교과서 선정위원회로부터 최근 「난」의 저작물 이용 승인요청을 공식적으로 받고 승낙했다』고 말했다.
83년 조시인의 시집 「머나먼 약속」에서 발표된 「난」은 고난을 이기고 인내로 새로운 싹을 솟아올리는 생명의 힘과 신비로움을 노래하는 시. 96년 일본에서 활동중인 동포시인 강정중(姜晶中·61)씨에 의해 「雲の笛」이란 시집에 일역돼 발간된 바 있다.
조시인은 『우리 시가 일본 학생들에게도 널리 읽히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최근 일본 사회문제로 청소년들이 생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어 교육당국이 시를 통해 학생들에게 생명력의 소중함을 가르치기 위해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심의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일본 문부성에서 한국시인의 시를 교과서에 싣기로 한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정부의 일본문화 개방과 일본 천황의 방한에 앞서 일본정부도 우리문화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번역자 강씨는 『우리 시가 일본 국정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며『일본 교과서선정위원회는 조시인과 지난해말 협의를 끝내고 지금 교과서 교정·인쇄 작업 중』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조시인은 49년 7월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한 이래 지난해 12월 48권째 시집 「기다림은 아련히」를 내는 등 시작(詩作)에 대한 열정으로 나이를 잊고있다.
김호섭기자 dream@hankookilbo.co.kr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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