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운동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자택. 「왕회장」은 요즘 오전 5시께 현대의 「새끼 호랑이」3세들을 불러 「새벽식사」를 같이하며 「제왕학(帝王學)」을 지도하고 있다.식사도중 말이 별로 없지만 손자들이 늦게 도착하면 호되게 꾸짖기도 한다. 10년전만해도 2세들이 「새벽식사 행사」에 늦게 나오면 손찌검도 서슴지 않았다. 왕회장은 전 날 술에 취해 늦잠을 잔 모 2세에게 『어제 늦게 들어왔느냐』고 묻곤 바위만한 손바닥으로 얼굴을 5차례 때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식사를 마친 일도 있다고 그룹관계자는 전했다.
요즘 왕회장의 청운동 조찬에 호출된 3세는 고 정몽필(鄭夢弼)씨(장남)의 장녀 은희(恩姬·28)씨와 차녀 유희(有希 ·26)씨, 4남 고 정몽우(鄭夢禹)씨의 장남 일선(日宣·29)씨, 5남인 정몽근(鄭夢根)금강개발회장의 장남 지선(志宣 ·27)씨 등이다. 이들은 부친이 일찍 타계해 모친 슬하에서 자란 점이 공통점. 왕회장은 이들 손자·손녀를 애틋히 여겨 자택 주변에 집을 마련해주고, 경영수업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기아자동차 기조실 구매팀 차장으로 그룹에 참여한 일선씨는 왕회장의 특별명령으로 삼촌 정몽구(鄭夢九)회장밑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다. 은희씨는 동서산업개발(건자재생산)의 상임감사로 적을 둔채 여성경영인의 자질을 키워가고 있다. 이화여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던 유희씨는 금강기획에 입사한 후 현재 금강기획의 합작사인 다이아몬드베이츠 차장으로 활동 중. 왕회장의 방북시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부축하고 있다. 지선씨도 97년 금강개발 기획실과장으로 특채된 후 실무를 익히고 있다.
왕회장의 장손 의선(義宣 ·29)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후 현재 미국 월가의 금융회사에서 현장업무를 익히고 있다. 그는 부친이 자동차경영권을 장악함에 따라 조만간 귀국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의춘기자 e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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