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가 또 터졌다. 부유층 아들들이 몇천만원씩 뇌물을 주고 의병제대를 했음이 한국일보 보도(3일자 1면)로 확인됐다. 8개 군병원을 특별감사한 결과 180명이 정신병등에 걸린 것으로 조작해 제대했다는 것이다. 전국 18개 군병원중 8개만을 감사한 결과가 이러하다는 것은 병무행정과 병역관리의 난맥상이 극에 달했음을 말해준다.병무청 모병연락관 원모준위의 10억원대 병무비리사건이 불거진 것이 불과 9개월 전이다. 뇌물을 받고 군면제 등의 부정을 저지른 원모준위의 비리는 또하나의 주모자인 박모원사가 잡히지 않아 아직도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터진 의병제대 비리는 병무행정의 모든 단계에서 부정이 만연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모준위의 비리가 군입대 면제등을 위한 것이라면 의병제대 비리는 일단 입영 후 없는 병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조기제대했다는 점이 다르다. 신검기준이 강화함에 따라 군면제가 어렵게 되자 이같은 의병제대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의병제대 비리도 징집면제 비리만큼 뿌리가 깊은데도 이제사 밝혀진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일로, 그만큼 병무행정개혁이 미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당국이 밝힌 의병제대 사병은 94년 4,530명, 95년 5,253명, 96년 9,169명, 97년 1만256명, 98년 6,980명이다. 특히 문민정부 말기인 96년과 97년에 그 수가 급등했다. 안전사고등 정당한 사유로 인한 의병제대자도 많겠지만 그 숫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것은 문민정부 말기 병역관리가 엉망이었음을 입증한다. 사병 50명중 1명이 의병제대를 하는 군대가 어디에 있겠는가.
사유야 어떻든 의병제대자가 이처럼 많은 것은 군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뜻한다. 군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해도 이같은 상황으로 군의 사기가 흔들릴 터인데, 부정으로 인한 것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군의 발전을 위해서도 「유전면제 무전입대」는 물론 돈으로 의병제대를 사는 풍토를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개선은 물론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 등으로 판정한 담당군의관과 불법제대자 및 뇌물을 준 부모를 철저히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특히 불법제대자는 처벌과 함께 남은 기간 군에 복무토록 하는등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병무비리에 대한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병무비리 난맥상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이번만은 본때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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