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한양가든테라스. 80년 아파트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을 때 지은 공동주택이다. 20가구가 자리잡은 이 공동주택의 특징은 마당과 이웃이 있다는 점.「예술의전당」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설계로 한국건축계에 탄탄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는 중견 건축가 김석철씨 작품. 당시 보수적인 도시 대구의 주거문화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단독주택을 고집하며 전통 한옥에서 살던 대구 부자들에게 방 네개짜리 60~89평형의 대형 공간, 그것도 이웃과 마당까지 갖춘 가든테라스는 과시용으로도 썩 괜찮은 주택이었다.
당시로선 정말 과감한 시도를 했다. 그래서 건축사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주택이다. 집 위에 집을 겹쳐 상하의 여백에 마당을 만들면서 전체 20가구가 한 마을을 이루도록 한 형태다. 김씨는 『한옥 이후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이 복합된 양식을 우리 전통 주거양식으로 정착시켰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맘만 먹으면 아래 윗집끼리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사다리를 놓고 왔다 갔다할 수도 있는 이웃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터널 폼(tunnel form)을 사용, 4.5㎙폭의 단위공간 반복 속에 독립된 집과 마을이 이어지도록 해, 집 내부에 기둥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모든 벽이 집의 하중을 버티는 구성요소이자 방음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석철씨는 『각각의 집이 서로의 집을 버티는 기둥 역할을 한다』며 프라이버시와 공동체 기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이중성의 주택이라고 말했다. 1~2층에 병원 레스토랑 등 상가를 둬 당시로선 생소했던 주상복합 개념을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로부터 20년. 김씨는 『당시 입주자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고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한물간 고급아파트일 뿐 대구엔 더 좋은 집이 많다』고 말한다. 세월만 가든테라스의 화려함을 앗아간 것은 아니다. IMF한파는 계절마다 수십만원씩 유지비를 쏟아야 하는 가든테라스 정원도 변화시켰다.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겸 알루미늄 새시로 정원을 집의 일부로 변경한 경우도 많다. 불행하게도 가든테라스 주민들은 건축가의 원래 뜻을 썩 훌륭하게 지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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