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6일)가 경칩(驚蟄)이다.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절기다. 며칠째 낮기온이 10도까지 올라가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기상청은 올해 개나리 진달래 꽃소식이 평년보다 5~16일 앞당겨질 것으로 예보했다. 흔히 모진 추위를 겪고나면 봄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한다. 지난 겨울은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온 나라가 혹독한 IMF한파에 시달린 터여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권위있는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는 올봄이 전세계적으로 60년대보다 5~11일 일찍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뮌헨대의 아네트 메첼과 페터 파비안 박사팀이 지난 40년간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를 기록한 국제생물학협회 자료를 분석한 예측이다. 생물학계는 식물의 새 순이 돋는 시점을 봄의 시작으로 보는데 60년대초부터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져 올해는 평균 1주가량 일찍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봄이 일찍 찾아오는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다.
■봄이 되면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최근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고개를 찾아서」는 봄을 맞는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김하돈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를 넘어보고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제목앞에 붙은 「마음도 쉬어가는」이란 부제는 마음까지 녹여준다. 인생역정을 고개에 비유, 「나도 넘고, 너도 넘고, 우리 모두 넘는 그런 고개이야기를 썼다」고 작가는 말한다.
■소개된 재는 백두대간의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백복령 싸리재 고치령 죽령 하늘재 새재 화령 추풍령 육십령 여원재 등 웬만한 사람이면 알만한 열다섯 고개다. 재마다 간직한 전설과 역사도 꼼꼼하게 챙겨 재미를 더해준다. 「99곡 대굴대굴 굴러넘는 대굴령」(대관령) 「세상 문 닫고 돌아앉은 아라리고개」(싸리재) 「구부야 구부야 눈물고개」(조령) 「예순사람 모여 넘는 도적고개」(육십령) 등.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이 오면 힘들고 지루했던 겨울을 훌훌 떨쳐버리고 고개를 찾아가 보자. 그리고 넘어보자.
/박진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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