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상실세대] 증후군이 번진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상실세대] 증후군이 번진다

입력
1999.03.04 00:00
0 0

사회 진출과 함께 아무런 방패막없이 실업에 맞닥뜨려야 하는 산업예비군들의 고통은 「상실세대 증후군」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학력자 고용정책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한계가 있는 상황인 만큼 2차 대책으로 대졸실업자 등에 대한 사회병리학적 예방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올해 2월 명문 K대를 졸업한 김모(27)씨는 최근 인근 신경정신과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졸업 전인 지난해 10월 중견 건설업체에 취직했다가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대상에 포함돼 지난 연말 겨났다. 넉넉치 못한 살림에 자신에게 거는 식구들의 기대를 꺾을 수없어 집에는 알리지도 못했다. 매일 아침 양복차림으로 집을 나와 인근 도서관과 만화방, 극장 등지를 전전했다. 「다른 일자리가 생기겠지」하는 기대는 시간이 흐르면서 절망으로 변해갔다. 혼자 버티는 실직의 고통은 김씨의 수면을 앗아갔고 매사에 짜증과 분노로 나타났다. 병원측 진단은 「강박신경증」 김씨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한움큼씩 빠지면 그것으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S대를 졸업한 대졸실업자 고모(26)씨는 지난달 말 학교 인근 공중전화 부스를 부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고씨는 경찰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스스로 죽지 못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겹고 고통스러워 술김에 나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부속병원 신경정신과 박두병(朴斗秉)과장은 『만성적 스트레스로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고있다』며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자신의 정신질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진료를 받지 못하는 20, 30대계층의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李勳求)교수는 『취업을 못한 데 따른 좌절감과 무기력증, 우울증, 자아정체성의 상실감이 심화하면 이에 대한 보상심리가 왜곡돼 도박에 빠지거나 일확천금을 노린 범죄심리가 발현될 수 있다』며 『스스로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노력하고 무엇이든 자기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윤필기자 term@hankookilbo.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