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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논단] 어려워지는 중국 경제(박영철.고려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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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논단] 어려워지는 중국 경제(박영철.고려대교수)

입력
199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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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망이 불투명하고 내수가 위축되고 실업자들이 늘어나는 등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앞으로 상당 기간 위안(元)화의 환율을 절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환율을 절하할 수 있었던 기회를 이미 잃어버렸으며 이제는 조절하기 어려운 궁지에 몰리고 있다.중국이 현재의 환율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는 절하의 효과가 없어서도 아니요, 홍콩에 미칠 영향이 두려워서도 아니고,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우려하기 때문도 아니다. 이런 이유보다는 일단 환율을 조정하기 시작하여 위안화의 값이 불안정하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인민폐 대신 달러를 사 모으려고 할 것이요, 그러다 보면 뱅크런(bankrun·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은행은 크건 작건 대부분 이미 부실의 단계를 넘어 파산상태에 몰려 있다. 4대 국유은행중 3개는 이미 자본이 잠식된 상태이다. 은행의 부실자산이 계속 누적되고 있으나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정부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들 기업에 나간 대출이 대부분 은행의 부실자산으로 쌓이고 있으나 기업구조조정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게 되고 있는데 환율을 절하하면 이는 마치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중국은 99년에도 8%의 성장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이 둔화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수요마저 부진하여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심지어 부분적으로는 디플레이션의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환율을 절하하지 않으면서 성장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정부는 통화공급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경기를 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부실자산에 억눌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다 보니 대출할 여력도 없으며 대출을 하려 해도 믿을 만한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경험했던 것처럼 금융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통화공급을 늘려도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재정자금으로 공공사업 및 주택건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내수를 진작하려 하고 있으나, 재정정책의 효과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나타나고 대부분 특정지역에 국한되기 때문에 성장목표달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내수진작이 어려우면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터인데, 환율을 조정할 수 없으니 이제는 수출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고 수입을 억제하여 위안화의 평가를 절하하고 있다. 즉 지난 한 해동안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환급률을 네번이나 올리더니 금년 초에 다시 대폭 상향조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저리수출금융, 원자재 수입금융을 확대하는 등 한국이 60∼70년대에 사용했던 수출보조수단을 중국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환율은 공정환율보다 10%정도 절하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으로 되어 있다.

금융불안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수출을 지원하다 보면 중국은 무역마찰에 휘말리고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는 등 중국의 경제문제는 더 심각하게 될 것이다. 만일 중국이 금융위기를 맞는다면 동아시아는 다시 한번 침체와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노력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WTO가입과 아울러 중국의 금융·공기업 구조조정의 가속화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G-7 국가들과 국제금융기구들은 중국금융기관의 부실자산과 공기업의 부채는 얼마나 되는지 실사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구조조정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는 등 무엇보다도 금융불안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압력이 가해진다 해도 중국이 쉽사리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만일 중국이 현재의 정책기조를 고수한다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지 그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朴英哲·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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