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빨라지는 계절] 생태계 뒤죽박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빨라지는 계절] 생태계 뒤죽박죽

입력
1999.03.04 00:00
0 0

봄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2일 마산지방의 낮 최고기온이 14.6도.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4~7도나 높은 이상고온현상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일찍 찾아온 봄을 마냥 반가워할 일은 아니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계절의 지표가 되는 동식물의 생태는 물론 사람의 생체리듬변화등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상고온현상으로 올들어 계절이 앞당겨지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예년보다 21일이나 이른 2월20일 싹을 틔웠고 복숭아는 18일 이른 3월1일 발아했다. 매화의 개화시기도 예년보다 17일이나 이른 것으로 관측됐다. 완주에서는 지난달 2일 평년보다 2~3주 앞서 나비가 나타났고 거제지방에서는 수확이 끝난 논에 벼이삭이 다시 자라고 있다. 경칩이 사흘이나 남았지만 중부지방의 개구리들은 한달이나 빨리 동면을 깨고 산란을 끝낸지 오래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심재한(沈在漢·39)박사는 『따뜻한 겨울탓에 뱀도 2월초에 겨울잠을 끝냈고 여름철새인 뻐꾸기와 왜가리가 온난화때문에 텃새가 됐다』며 『이상 고온으로 동물의 동면기간이 짧아지면 먹이를 많이 먹게 돼 먹이사슬에 교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식물의 조기개화는 이를 먹이로 하는 곤충과 동물들의 생태에도 혼란을 가져왔다. 개화시기 등이 앞당겨진 식물은 그만큼 일찍 져버려 곤충들의 먹이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생태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혼란은 인간들의 삶에도 파란을 몰고왔다. 당장 병충해 방제와 전염병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5·6월에 많이 발생하는 말라리아가 올들어서만 이미 9명이 발생해 벌써부터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영남대 이종욱(李鍾郁·생물학)교수는 『따뜻한 겨울에 이어 봄이 빨리 찾아오면서 병해충이 동사하지 않아 극성을 부리는데다 전염병의 계절적 경계까지 허물어져 올해는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고온과 갑작스런 계절변화는 사람의 생체리듬에도 영향을 미쳐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린다. 서울시내 주요 병원에는 최근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 감기, 호흡기질환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있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장 박은숙(朴恩淑·45·여)교수는 『환절기가 빨리 다가오고 이상고온이 지속되면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호르몬 분비의 이상으로 비타민이 결핍되는 현상이 올 수 있다』며 『노인과 어린이들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돼 질병 저항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감이 오는 경우가 많아 감기에 걸릴 확률도 다른때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ankookilbo.co.kr

>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