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데는 실패했지만, 지구를 쏴 맞추어 전 세계를 뒤흔드는데는 성공했다.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수준에 대한 평가와 방어체제 도입을 둘러싸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대립과 저울질이 표면화하고 있다.미국은 대포동 미사일이 앞으로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넣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 탄도미사일방위(BMD)구상의 완비를 서두르고 있다. BMD는 미 본토 미사일방위(NMD) 체계와 전역(戰域)미사일 방위(TMD) 체계로 완성된다.
NMD는 미국 본토 방위를 위한 것이고 TMD는 해외주둔 미군과 동맹국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TMD는 미국과 동맹국의 비용분담을 통해서만 가능해 그동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가 미국과 일본에게 TMD 도입을 밀어부칠 호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 등에서 동북아의 TMD구상이 궁극적으로는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MTCR)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는 있다는 의도가 드러나면서 중국의 신경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특히 2월 들어 TMD에 대만 편입론이 거론되고, 미 휴즈사의 통신위성 중국 판매계획을 군사기술전용 위험을 이유로 미 정부가 불허하자 중국은 이를「미국의 냉전적 봉쇄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중국방문을 전후한 미·중 관계 냉각도 사실은 중국의 인권문제보다 TMD를 둘러싼 대립이 진짜 이유라는게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분석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TMD 구상을 우려하기 보다는 북한의 미사일개발 및 실험규제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TMD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게 만드는 일종의 압박카드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또 『중국이 대만과의 대화를 적극 모색,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미사일 또는 미사일방어체계 구축필요성을 줄이는데 관심을 쏟는 것이 유익하다』고덧붙였다. 요컨대 미국이 미사일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측 이상인 것 같다.
미국 주도의 TMD는 상층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고고도 요격미사일(THAAD)을 필수로 하고 있어 미국과 탄도 요격 미사일(ABM)협정을 맺고 있는 러시아 역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미국이 알래스카 등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고고도 요격미사일을 개발한다면 결국「스타워즈」와 같은 냉전기의 군비경쟁이 부활할 것이라는 게 러시아측의 우려이다.
겐다니 셀레즈뇨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이 탄도 요격미사일 협정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문제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강대국간 「신냉전적 대결구도」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신윤석기자 y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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