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민주주의를 선호하지만 정작 민주주의의 기초인 질서의식과 남녀평등의식은 저학력자보다 떨어지는 모순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학력자들은 또 저학력자보다 연고를 더 따지고 사회비판 의식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30대 이상 남녀 3,300명을 대상으로 학교교육이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학교교육과 다른 요인간의 관계를 학력과 연령 직업 수입 성별 거주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영향력 지수를 근거로 했다. 영향력 지수가 1이상으로 높을수록 관련성이 깊고 「0」에 가까우면 상관관계가 떨어지며 「-」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다는 의미.
이 조사에서 나타난 학교교육과 연고주의(학연 지연 혈연) 영향력 지수는 -0.05. 학력이 높을수록 연고주의적 성향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뜻이다. 실제 「동문과 동향사람에게 더 많은 호의를 베푼다」는 질문에 긍정적인 응답이 초등학교 졸업자 38.4%, 중학교 38.6%, 고교 42.6%인 반면, 전문대 48.0%, 대학 45.7% 등으로 고학력자의 연고주의 성향이 높았다.
학연주의, 비합리성, 경제적 불평등및 황금만능주의 등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과 관련한 학교교육 영향력 지수는 0.08에 지나지 않았다.
남녀평등 실현 평가에 대한 학교교육 영향력지수는 -0.30으로 고학력자일수록 우리나라에서 남녀평등이 덜 실현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가정과 사회에서의 남녀평등 실천에 대한 학교교육 영향력지수는 0.02로 낮게 나타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학교교육과 공공질서의 영향력 지수도 -0.03으로 고학력자들의 공공질서 의식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남아선호 의식(0.00)과 합리적인 소비활동(0.03) 등도 학교교육과 연관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익중시(0.21), 사회봉사(0.20), 현실문제 참여(0.18), 정치비판의식(0.28), 국제사회 관심(0.26) 등에서는 학교교육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책임연구원 성기선(成基善)박사는 『우리 학교교육이 입시위주에만 치우쳐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형성에는 실패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도덕성과 민주시민성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충재기자 cj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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