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 선양빌딩 3층에 위치한 골프박물관에 들어서면 마치 200년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골프 태동기인 17세기에 사용됐던 나무재질의 목이 긴 롱노우즈 우드와 퍼터 1,000여점이 먼저 눈길을 잡는다.새의 깃털을 가죽으로 싸서 만든 페더리볼, 이어 나온 거티볼을 굽는 장치인 몰드 등 골프볼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100여점의 볼도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영국 왕실여인들이 골프경기 장면을 담은 오래된 사진, 손때와 세월의 잔영이 가득 묻어있는 가방과 볼 프레셔 등 골프역사를 한눈에 파악할수 있는 작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외국에서조차 찾기 힘든 이런 골프전시관을 만든 이가 한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개관 초기 서상은(51·중고마트대표이사)관장은 숨은 재력가로 오인되기도 했을 정도. 서관장이 이런 별난 일을 하게 된 때는 94년초. 고가의 외제클럽이 한두번 쓰고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자원재활용 차원에서 시작한 중고채 교환판매 사업을 하면서 골동품 클럽수집에 빠져들었다. 왜곡된 국내 골프문화가 제대로 잡히려면 우선 골프의 태동과 발전과정부터 바로 알아야 된다는 나름의 신념도 있었다.
주로 영국에서 고미술을 전공하는 유학생을 통해 폐가에서 나오는 오래된 채를 하나둘씩 사서 모았다. 또 구하기 힘든 것은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세계적인 경매를 통하기도 했다. 이곳에 전시된 1850년대 페더리볼은 94년 필립스 경매에서 당시 5,500파운드(약1,100만원)에 낙찰한 고가품이다.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는 사회규범적 측면뿐아니라 부가가치도 높은 미래 산업』이라는 서관장은 『이제 골프협회나 능력있는 대기업이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송영웅기자 hero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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