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종필(金鍾泌)총리는 2일『마지막 어떤 목표에 접근할수 있는 광장을 만든 것이 최대 보람』이라는 말로 지난 1년을 평가했다.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히면서 내각제 개헌이란 자신의 「마지막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대부분 간접화법이었지만 「신의」와 「약속」이란 「키워드」를 번갈아 쓰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국민회의에 대해 약속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총리는 우선 『공동정권은 신의가 그 도덕적 기반이다』라며 「신의론」을 강조했다. 나아가 『집권기반은 약속이고 그 약속에 따라 30여만표 차이로 집권을 했다』면서 정권교체에 자신이 기여했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재차 상기시켰다. 그는 또 내각제 전도사로 나서고 있는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빗대 『그나 나나 약속이행을 철칙으로 삼기는 마찬가지지만 김부총재는 저돌적으로 주장하고, 나는 유(柔)한 자세로 주장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한발 비켜가는 식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소개했다.
김총리는 경제위기 상황때문에 내각제 공론화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이제 우리 경제가 어둠을 지나 햇볕이 조금 보이는 정도가 됐고 명실상부한 경제재도약을 위해 올 한해도 더욱 정성을 모아야겠지만 승패는 전반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올 전반기동안은 내각제 언급을 여전히 자제하면서 경제회생에 치중한 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내각제개헌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김총리는 이와함께 「과욕」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대통령제하 권력의 폐해를 경고했다. 그는 『권력이란게 1년쯤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취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인데, 이를 경계해야한다』면서 『권력은 거품과 같은 것으로, 여기에 취해서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총리는 특히 자신이 만년 2인자로서 결단력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견해를 묻는 대목에 이르자 긴 시간을 할애하며 「인간 JP」를 적극 알리려 노력했다. 그는 먼저 95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결별하고 자민련을 창당할 당시를 떠올리며 『결단력 없는 사람이 그럴 수 있겠나』라며 『내 정치철학은 자기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것과는 인연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한나라 한신(韓信)이 가랭이 밑으로 기어간 것이 결단력이 없어서 그랬나』라는 비유도 들면서 『목표를 위해서는 못 참을 것도 참아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5·16」을 예로 들면서 『나보고 결단력이 없다고 해도 좋다』면서 『결단을 할 때 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무엇을 하고 정계를 떠날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때가 되면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단언했다.
이어 『지난 정권들은 모두 과욕부리다가 불행해 졌다』면서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것을 합리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제도로 고쳐보자는 것』이라고 내각제 당위론을 폈다.
김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지주인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해서까지 『박대통령도 마지막엔 인간적인 욕심이 종말을 가져왔을른지 모른다』며 『당시 박대통령이 나라를 조금만 더 굳히고 다지자고 한 것이 어찌보면 나라사랑을 위한 것이었겠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사욕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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