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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박사] 군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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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박사] 군문 떠난다

입력
1999.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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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는 비무장지대(DMZ)와 관련한 연구자료를 학문과 산업분야에 활용하고 싶습니다』내년 정년을 앞두고 6월 명예전역하는 육군 땅굴탐지과장 예병주(芮秉周·53·육사25기)대령.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휴전선 284㎞에 걸쳐 파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때문에 휴전선일대에 그가 모르는 지하자원은 있을 리 없다. 국내 2명밖에 없는「지하자원 탐사기술사」와 지하구조를 분석하는 「지구물리 기술사」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땅굴과 DMZ박사」이다.

예대령이 땅굴을 찾기 시작한 것은 70년대후반. 『특수부대를 침투시키기 위해 남침용 땅굴을 파고 있다』는 귀순자 증언에 따라 탐사에 나선 직후이다. 보직이 간혹 바뀌었지만 땅굴탐사는 10년 넘게 그의 몫이었다.

시추장비가 변변치 않던 탐사초기, 예대령도 버드나무가지로 땅굴을 찾겠다는 무속인의 예언에 따라 사단 전장병을 동원해 깊이 24㎙의 땅을 판 경험이 있다. 93년 일부 언론이 없는 땅굴을 있다고 보도하고, 민간에서 구리와 추 등 비과학적 장비로 땅굴을 발견했다고 할 때 자신있는 대응도 못했다.

예대령은 『이젠 항공촬영등을 통해 북한이 땅굴을 파는 징후를 조기에 포착, 이미 설치한 시추공에 컴퓨터를 장착, 소리를 분석하면 땅굴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삼캐러 갔다가 산삼캤다」는 말처럼, 그는 땅굴을 찾아다니며 누구도 얻지 못한 귀중한 자료를 축적했다. 지질학에 관심이 컸던 그는 3억여평이 넘는 DMZ에 4,000여개의 시추공을 뚫으며 지하 10㎙마다 토양과 광물을 고스란히 채집했다. 금과 은이 나오고 온천수가 솟는 장소를 자료로, 또는 머리속에 정리했다. 또 3,600여종에 달하는 희귀동식물과 자연환경, 민속자료에 대해서도 그의 지식은 독보적이다. 그의 소망은 군에 남아 DMZ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DMZ가 영원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민·군합동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해야 할 때』라며 『군에서 전문직위를 받아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덕상기자jfur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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