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밀라노 서울 로마 홍콩… 서울이 세계 3위다. 얼마전 「구찌」등 이탈리아의 고급 패션브랜드 매출액 상위 52개사를 대상으로 세계 각 도시별 점포 수를 조사한 결과다. 파리 뉴욕 런던보다 앞서고 있다. 서울에 그만큼 해외 고급 브랜드 점포가 많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탈리아의 패션업계가 한국과 일본의 소비자들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최근 서울 모 백화점에 선보인 65만원짜리 뤼비통구두가 3일동안 1,300만원어치 팔렸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구두 단독 매장이 아닌데다 전시된 상품 수가 아직 적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실적』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값싼 음식을 파는 분식점이 전국에서 하루 평균 4개 정도 문을 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실직이나 감봉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풀리고 있다고 하지만 서민생활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3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1월중 실업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새로 사회에 나서는 많은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못구해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는데, 부유층 자녀들은 졸업기념 파티로 서울 강남 최고급 나이트클럽의 방을 차지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하고 있다. IMF체제 1년동안 정부의 고위직중 83%가 재산이 늘었는데, 어떤 분야에서나 「고위층」은 마찬가지일까. 명암이 너무 뚜렷해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김대중대통령은 얼마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경기회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 아랫목은 훈기가 돌고 있으나 윗목은 여전히 찬 편』이라고 말했다. 불을 지피면 먼저 아랫목이 따뜻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윗목도 데워진다. 추위를 참으면서 기다리면 된다. 국내 경기도 그럴까.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과 이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고소득층의 몰염치를 보면 우리의 온돌방은 벌써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샴페인은 이미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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