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칼자루는 쥐었지만 휘두를 힘이 없다. 지난해 정치인비리수사와「총풍(銃風)」 「세풍(稅風)」사건 등으로 출발한 정치권 사정은 정가를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정치권 사정은 출발부터 야권의 표적·보복수사시비로 얼룩졌다.그로부터 1년후인 요즘 당시 사정리스트에 올랐던 정치인들은 마치「액땜」을 한 듯 버젓이 정치무대를 활보하고 있다. 소위「방탄국회」로 맞선 야권의 「버티기 전략」에 여권의 「정면돌파」는 번번히 실패한 것.
결국 사정드라이브는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을 비롯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된 의원 9명을 무더기로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는 아직도 여야간 협상테이블에 「미제(未濟)」로 남아있다.
사정수사만이 아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개혁정책도 야당의 저항과 여권의 정치논리에 밀려 밀려 표류하기 일쑤였다.
최근 여권이 「선정(善政)중의 선정」으로 추진한 국민연금사업은 여론과 야당의 반대로 아직 시계(視界)가 불투명하고, 정치개혁법안은 아직 여야간에 타협점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의 퇴진요구로까지 비화한「검찰파동」은 권위부재 현상을 입증해주는 사례.
공권력 권위붕괴는 여권의 정치력 부재와 연결된다는 시각도 많다. 야당을 이끌지도 못하고 대화로 풀어내지도 못하는 여권의 미숙한 정치적 리더십이 이같은 현상의 원인중 하나라는 것.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1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대할 것이며, 필요하면 야당총재와 대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의사표명이 지난 1년동안 파국을 몰고왔던 정치력 부재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있을지 주목된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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