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헌논의를 보면 우리 정치권이 아직 과거 의식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한 나라 권력구조는 국민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권력구조 개편은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사회적 배경을 고려, 장기적 안목에서 국민적 합의하에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그러나 지금의 내각제 개헌공방은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을 극복하려는 동기에서가 아니라 지난 대선때 동상이몽하의 두 정치세력들이 오로지 집권만을 위하여 정당을 억지로 연합하려는 매개고리로 악용한 사실에서 비롯됐다.
애초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고 어떻게든 권력을 오래 향유하고 계속 잡을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 점에서는 공동여당뿐만 아니라, 향후 정치상황에 따라 유리한 선택을 하려고 양다리를 걸쳐 두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신뢰받는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권력구조개편과 같은 중요한 이슈는 사리사욕을 배제하고 양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집권하기 유리한 선택만을 좇는 정치인과 집단은 영원히 퇴출되어 마땅하다.
최근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보듯 70%에 가까운 학자와 국민의 3분의2 가량이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는데 이같은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 절박한 개헌 필요성과 정당성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현 정치권이 개헌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검증이나 국민적 동의없이 정치세력간의 야합적인 약속을 국민 뜻 보다 우선시해 개헌을 논의하는 행위에 분노가 치민다.
정치제도에서는 내각제가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 정치형태다. 내각제를 시행하는 일본에서도 정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최근 저비용 정치제도를 찾고 있다. 영국에서도 저효율이 줄곧 문제돼 「영국병」을 앓아 대통령중심제하의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대처의 리더십에 의해 치유됐다.
우리나라 정치문화는 의회주의와 삼권분립이 정착되지 않아 새로운 권력구조는 순수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권력분점이라는 미명하에 분열과 야합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이충양 李忠洋·미국 피츠버그주립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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