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노사정위 탈퇴배경과 전망민주노총의 탈퇴로 마침내 노사정위가 간판만 내건 「뇌사」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민주노총과 선명성 경쟁을 벌여온 한국노총도 26일 대의원대회에서 같은 절차를 밟을 게 확실해 올해초부터 이미 운영이 중단돼온 노사정위는 출범 13개월만에 와해위기를 맞은 셈이다.
김원기(金元基)위원장은 『노동계 일각이 불참하더라도 운영은 계속하겠다』고 말하지만 노동축(軸)이 빠진 노사정위가 제대로 굴러가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노동계 탈퇴는 사실 결행시기만 관심이었을 뿐 뜻밖의 일은 아니다. 노사정위 참여가 노동계 입지를 넓히기는 커녕 정리해고를 추인해준 실패한 「선택」이었다는 내부불만을 지도부가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제불안 가중등을 내세워 신중론을 폈지만 현장조합원과 일선노동운동가들의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지도부가 정리해고에 덜컥 도장을 찍어줬을 뿐 노동자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는 현장반발이 워낙 거셌다』고 전했다.
울산의 한 노조간부도 『노사불안이 재연되면 국가경제가 무너진다는 해묵은 논리는 해고의 벼랑끝에 몰린 조합원에게 「한가한 얘기」에 불과하다』며 『해고되면 모든게 끝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당장 노사정위를 포기한 채 공권력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부는 노동계에게 복귀 명분을 주기위해 한동안 공권력행사를 자제하면서 노사정위 법제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적극적인 고용안정방안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역시 공개적으로는 『들러리 노사정위는 더이상 필요없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실제 민주노총은 23일 중앙위원회에서 춘투와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통해 키운 「힘」을 밑거름으로 노사정위를 「노동계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기구」로 바꾼다는 장기적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점에서 긴장의 3-4월이 지나고 5월이 되면 피차의 필요와 여론의 압력에 의해 노사정이 다시 한 테이블에 앉으리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하지만 노동계가 춘투와 병행해 개별사업장, 또는 업종별로 정리해고 저지투쟁 등 「힘」우위의 투쟁전략을 구사할 것인 만큼 노동계의 노사정위 복귀를 섣불리 점치기는 힘들다.
한 노동전문가는 『노사정위에 복귀해 논의하자는 정부와 정리해고 중단 등을 앞서 보장하라는 노동계의 팽팽한 힘겨루기와 물밑협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국기자 east@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