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36)씨가 4년만에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 발행)를 발표했다. 신씨의 신작을 기다렸던 독자들이 반길 법하다. 소설 제목은 아그네스 발차가 불러 우리 귀에도 익숙한 그리스 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에서 따온 것이다.주인공은 서른다섯 살의 방송국 성우 김하진. 그녀는 십여년 전 스물두어 살 시절의 기억을 깡그리 잃어버려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듯 삶을 살아간다. 김하진은 잃어버린 자신의 시간을 찾아간다.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있는 사진을 근거로 찾아간 다방의 DJ는 그녀를 김하진이 아닌 오선주로 기억해준다. 오선주는 그 시절 금요일 저녁 7시마다 한 남자와 함께, 또는 그 남자를 기다리며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기차는 7시에 떠나네」로 신청해 듣던 여자였다. 그들은 「해고노동자를 복직시켜라」 「블랙리스트를 없애라」는 구호문을 만들고 야학을 하던 운동권 젊은이들이었다…. 작가 신씨는 「기억상실증」모티프에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자아 찾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까마득히 잊어가고 있는 80년대와 그 이후 90년대의 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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