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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전환기의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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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전환기의 가치관

입력
1999.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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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뉴스에서 오락물에 이르기까지 국민교양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런 교육기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말의 대하드라마이다.지난해엔 마지막 쇼군(將軍) 도쿠가와 요시노부(德川慶喜)의 삶을 통해 격변기 지도자들의 결단과 무욕을 그려 「요시노부」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 NHK 대하드라마가 올들어 잔잔한 붐을 일으키며 내보내고 있는 것이 「겐로쿠(元祿)의 난(亂)」. 연극·영화·소설·가부키(歌舞伎) 가 숱하게 다룬 「추신구라(忠臣藏)」의 모델이 된 역사사건이다.

겐로쿠 14년(1701년) 3월 아코한(赤穗藩)의 영주 아사노 다쿠미노카미(淺野內匠頭)가 에도(江戶)성안에서 기라 고즈케노스케(吉良上野介)를 칼로 쳐 상처를 입힌다. 아사노가 바쿠후(幕府·무신정권)의 사신접대역이었고 기라는 의전수석인 「고케(高家)」였으니 이만저만한 하극상이 아니다.

아코는 영지 5만4,000석 규모의 작은 번이었지만 소금생산으로 탄탄한 경제를 자랑했다. 애초에 기라가 염전수익을 염두에 두고 아사노에게 뇌물을 강요했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사건으로 아사노는 할복형에 처해졌고 아코는 해체됐다. 가신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돼 낭인무사로 떠돌아야 했다.

가로(家老·가신의 우두머리) 오이시 구라노스케(大石內藏助)는 이듬해 12월 46명의 아코무사를 이끌고 습격, 주군의 원수인 기라의 목을 베었다. 그러나 바쿠후의 조치에 정면도전한 행위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전원의 집단할복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바쿠후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오늘날까지 「충의의 표본」으로 남았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일본의 「추신구라」붐-. 세기말과 불황기가 겹쳐 「시장」과 「돈의 힘」이 지상의 가치로 자리잡아 가는 가치공백에 대한 반성이자 사회구성원이 공유할 최소한의 가치를 향한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우선 전통의 집단윤리인 「충의」가 대안으로 떠 오른 셈이다.

권위와 가치관 부수기에 열중한 결과 이제는 눈 둘 곳조차 막연해 진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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