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의 씨름꾼이 꽃을 판다면. 서울 도봉구 창동역 꽃도매센터내. 3평 남짓한 가게는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문이 열린다. 꽃봉우리마다 섬세하게 스칠 때면 샅바를 잡던 우악스런 손마디는 어느새 「꽃잎」으로 변한다. 장지영(36). 제3대 천하장사(84년)에 올랐던 프로씨름 원년 스타. 특히 「샅바싸움의 명수」로 아직도 올드팬들의 뇌리에 선하다. 그가 이제 「꽃파는 천하장사」가 돼 제2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가게이름도 「천하장사 꽃배달서비스」.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시작전만해도 동갑나기 아내(장미희)가 좋아하는 장미꽃정도 밖에 몰랐으나 이제는 제법 꿰차고있다. 한성대 평생교육과정에서 6개월간 「멀티미디어 전자상거래」 과목을 공부할 때 익힌 컴퓨터 실력으로 홈페이지(http://dwc.net/flower)도 개설, 네티즌들의 호응 또한 좋다. 이른바 「신지식인」으로 변신한 셈이다.
아내와 둘이 하다보니 배달 영업 수금 홈페이지운영 등은 자신의 몫. 자신의 안면을 아직까지도 기억해주는 데가 많아 든든한 밑천이 됐다. 자신을 찾아주는 기업체만도 20여군데. 특히 요즘과 같은 인사이동철에는 난 배달에 정신이 없단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도자로 다시한번 모래판에서 열정을 쏟고싶다』 그의 씨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은 요즘도 일주일에 한번씩 씨름연맹을 찾게 한다.
남재국기자 jkn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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