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범신(51)씨가 새삼 시인으로 데뷔(?)했다. 박씨는 계간 「시와 함께」 봄호에 「놀」 「젊은 신부」 등 20편의 시를 발표했다.「정한 많은/어떤 山人(산인)이 있어/저물녘 날마다/생 피 쏟고 죽는다/나도/덩달아 골병 든다」(「놀」전문). 짧지만 강렬한 이 시에서 볼 수 있듯 박씨의 시어들은 그의 소설문장보다 오히려 감동적인 형상을 보여준다. 시편들은 주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른 심경을 토로한 것들이 많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답니다/뜨거운 쉰 살의/빈 것이/내 안에서 타고 있는 걸 보면서」(「생일」중에서).
박씨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스무 살 까지는 주로 시를 썼다고 했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93년 겨울부터 3년여 절필했던 기간 동안 쓴 것들. 그는 『못난 낙서 같은 시들을 발표하게 돼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만큼 부끄럽고 싶다』고 했지만, 유안진 시인은 『그의 문학적 성숙, 무르익은 깊이와 향기가 드러나는 시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박범신을 모르는 독자라도 그의 시에서 치열하고 외롭게 이 땅의 삶을 살아낸 50대 작가의 감동적 초상과 만날 것이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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