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51)씨는 이제 섬진강의 지킴이에서 우리 자연, 우리 공동체의 지킴이가 된 사람이다. 『나는 세상을 바꿀 아무런 힘이 없으므로 그들을 진정 사랑했다』며 그가 전해주는 섬진강가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될 한국인 공통의 「고향」의 이야기다.영화 「아름다운 시절」에 나오는 방앗간이 촬영된 전북 임실군의 진메마을의 초등학교 분교 교사인 그가 쓴 「섬진강 이야기」(전2권·열림원 발행)는 그 고향에 대한 질박한 보고서이다. 「모내기도 다 끝나고 나서 비가 오면 별로 할 일이 없다. 게으른 사람 놀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쇠죽감 베기에 안성맞춤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도롱이를 쓰고 강변에 나타나는 분이 한 분 있었으니 그 어른의 이름이 정성만이었다」 「앞산 뒷산이 푸릇푸릇해지고 진달래꽃이 피어나고 강 건너 밭에 푸른 보리들이 싱싱하게 물이 올라 쑥쑥 자라기 시작하면 누님들은 앞 텃밭 장다리꽃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절묘한 입말과 토속어로, 힘 안들이고 쉬엄쉬엄 씌어나간 그의 문장에서는 이제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나 갇혀있는 우리 옛 살이, 정겹던 이웃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함께 수록된 사진작가 황헌만씨의 사진 120여 컷은 글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일하는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던 마을 사람들. 김씨의 글은 그들을 그립게 한다. 그 그리움은 고향을 파괴하는 인간과 문명의 탐욕, 경제만능주의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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