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확대실시를 앞두고 정부내에서까지 비판이 고조되자 보건복지부는 22일 서둘러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소득신고기간을 당초 3월13일에서 4월15일로 연장하고, 학생 군인 등 납부예외자와 휴·폐업등으로 소득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연금 납부를 면제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또 고학력 실직자 2만명을 동원, 국민연금제도의 필요성과 시행절차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완책은 불평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데는 기여할지 몰라도 근본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대부분의 가입대상자들이 97년말 소득을 근거로 산출한 보험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IMF체제 아래 소득이 크게 줄고 실직이 늘어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소득산출 근거가 잘못된 경우 연금공단이 직권으로 시정해 주겠다고 밝혔지만, 1,047만여명에 이르는 가입대상자를 연금공단이 직권처리한다는 것은 무리다. 때문에 가입대상자들이 일일이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보다 정확한 소득산출 근거자료를 확보한 뒤 보험료를 다시 산정해 통보하고, 여기에도 불만이 있는 경우에만 신고를 받아 시정해 주는 것이 올바른 행정서비스다. 국세청에 따르면 오는 11월에 98년 소득세 확정신고가 끝나는데, 가장 최근의 객관적인 소득신고자료는 그 이후에나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부가 굳이 4월 시행을 고집하는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우리경제가 IMF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부실한 제도를 완벽하게 고쳐 경제여건이 호전됐을 때 시행하면 그만큼 가입대상자들의 호응이 클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 단계에 오기까지 11년이 걸리지 않았는가.
아직 당정의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시행시기만을 고집하다 자칫 국민연금이 임의보험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복지부는 4월부터 직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후퇴, 이미 그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시행 시기에 얽매이지 말고 완벽하게 보완해 국민연금 본래의 뜻을 살릴 것을 재삼 촉구한다. 졸속행정에 대한 보완책을 졸속으로 마련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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