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22일 정부를 향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외치고 나섰다. 국민회의는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국민연금 파문의 관련자를 문책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책임이 있다면, 김모임(金慕姙)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 차관 실무자 등 모두가 문책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서슬퍼런 입장도 밝혔다.국민연금만 문제삼은 게 아니다. 문화관광부가 한자병용 정책을 내놓으면서 당정협의는 물론 부처내 협의까지 소홀히 한 점도 도마에 올렸다. 부총재들은 특히 한자병용정책이 중국 일본 관광객을 위한 편의차원에서 제기됐다는 보고를 받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화를 냈다.
부총재들은 『유럽에서도 우리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에는 한국어 표지판이 있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되지 한자병용을 어문정책으로까지 확대, 논란을 야기할 이유가 뭐냐』고 질타했다. 『한자병용정책으로 젊은 층의 반발이 거세고 정부 신뢰도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여론동향 분석도 있었다.
회의후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심각한 어조로 『관료주의 병폐가 심각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관료주의 청산론까지 제기했다. 정대변인은 『관료들의 정책실수,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행태, 소극적 자세, 업무불철저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민회의가 이례적으로 정부를 질타한 배경에는 여론악화 외에도 일부 부처에 대한 누적된 앙금, 선거전략상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오래전부터 김원기(金元基)노사정위원장의 「SOS」를 접수,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나 별무반응이었다는 점도 큰 불만중 하나다. 당이 경고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지금처럼 노사정 와해위기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노동부가 기업쪽에 경도돼 있어 노동자로부터 불신받고 있다』면서 『부패한 노동관련 공무원을 처벌해야한다』고 강도높은 주문을 하고있다.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불만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의원들은 『예산안, 법안 처리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검찰이 야당정치인의 소환을 발표하는 등 정치흐름과 거꾸로 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인권위 위상문제, 실업자노조 등 정책을 둘러싼 이견도 앙금을 누적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정부 질책은 선거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정책을 희생양으로 삼아 국민회의가 국민곁에 서 있다는 식의 이미지를 부각시켜려는 전략도 깔려있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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