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에 영업망을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자동차보험업에 진출키로 결정, 「자보(自保)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은행업부문 수신고 100조원 돌파, 생명·화재공제료(보험료) 수입 연 3조원」을 자랑하는 농협이 자동차보험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 손해보험업계의 시장잠식이 불가피하다. 농협은 특히 자동차보험료를 지금보다 20%이상 낮추겠다고 선언, 손해보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농협이 높은 공신력을 앞세워 저가전략을 구사할 경우 이를 저지할 뾰쪽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농협의 자보시장 진출전략
농협은 전국규모의 방대한 조직과 공신력을 무기로 자동차보험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보험모집인을 따로 두지 않고 전국 지점과 출장소 등 4,000여개 사무소를 활용하면 사업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보험료를 현재보다 20%이상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농협 관계자는 『현행 자동차보험료가 농가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농민들이 가입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촌지역에 보험대리점이 적어 사고시 제때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다 빈번한 농기계 사고에 대해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촌형 자동차보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농협은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게 되면 가입자를 농민으로 한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농협은 현재 공제사업형태로 생명보험과 화재보험을 취급(보험료수입 연간 3조원)하고 있어 보험업무가 생소한 것도 아니다.
■손보업계의 반발
손해보험업계는 농협의 자동차보험시장 진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농협의 자보진출은 금융산업 전문화 추세에 역행하는데다 공제사업의 구조상 피해자 보상이 충분치 않아 국내보험산업을 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보험료를 20%이상 낮추겠다는 농협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조삼모사(朝三暮四) 전략」으로 폄하하고 있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7년말 도시 57.5%, 농촌 72.0%. 농촌의 사고보상률이 훨씬 높아 당장 보험료를 낮추더라도 적자를 보전하려면 결국 추가로 갹출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당국의 입장
공제사업의 감독권을 갖고 있는 농림부는 조합원 공제사업형태로 자동차보험업무를 취급하려는 농협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보험가입자의 형사소추 면제권 확보에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농협과 손보업계의 국회로비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규기자 jkpark@hankookilbo.co.kr
배성규기자 vega@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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