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노동계를 끌어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을 할 경우 노사정위에서 성실한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 또한 실업자의 초기업노조 가입을 10월부터 허용하고, 노사정위원장의 대통령 보고를 정례화하기로 했다.19일 김원기 노사정위원장은 노사정위 법제화를 발표하면서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본래의 취지에 벗어나지 않고, 합의사항의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의 입법권 등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으나, 일각에서는 이 법이 법체계상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의 탈퇴 선언으로 그 만큼 노사정위가 위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노사정위 출범 1년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탈퇴를 선언하고 있어 산업현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양 노총은 탈퇴 이유로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노사정위의 총 90개 합의사항 중 정부가 이행할 부분은 71개인데, 이 중 기업의 경영투명성 확보 등 56개를 완료했고, 나머지는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중 정부 부처 간 의견조율이 안돼 지켜지지 않은 사항도 있으나, 정부가 대표적 사항인 실업자의 초기업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민노총을 조기 합법화하기로 함으로써 노사정위의 큰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다.
양 노총은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탈퇴의사를 완강히 고집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에서 탈퇴할 경우 노사정위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대립과 투쟁의 노사관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우리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가져오고,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노총은 24일의 대의원회에서 노사정위 탈퇴를 추인받을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노총 역시 동반탈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양 노총은 노사정위를 떠나면 안된다. 겨우 회생 기미가 보이는 국가경제를 파탄에 이르지 않게 하려면 그 안에 머물며 자기 주장을 펴고 사·정을 설득해야 한다. 양 노총이 탈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대화보다는 현장에서 투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이기적으로만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노동계의 주장을 존중하고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한다면, 더 이상 양 노총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된다. 엄정하고 단호한 기준을 세운 뒤 이를 지키고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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