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발생직후인 97년 12월께 정부는 98년도 경제 성장률을 3%내외로 전망했었다. 한달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과 협의를 거쳐 성장전망치를 0.5~1%로 하향 조정했다.그러나 막상 지난해 실질성장률은 마이너스 5.4%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IMF원년이란 특수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전망치와 실제 결과의 차리는 너무 크다.
잘못된 경제전망은 경우에 따라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3% 성장을 과거에 비하면 낮은 성장이지만 결코 극심한 불황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연초 기업들은 3% 성장에 맞춰 전년도보다 다소 축소된 규모의 투자와 지출 및 자금조달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엄청난 마이너스로 치달았고 기업의 투자.지출.자금조달계획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물론 어떤 기업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전망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은 없지만 경제주체들에게 잘못된 경제예측을 주입시켰다면 정부는 실질적,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재벌그룹들이 별도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전적으로 정부의 전망치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경제전망을 왜 이렇게 틀리는 것일까. 정부가 내놓은 경제전망치는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금융연구원등 관련기관들의 전망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사지'로 일컬어지는 선의의 수치조작에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선 전망치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게 나올 수가 있다. 그대로 발표하면 경제적 충격이 너무 클 수 있기 때문에 수치를 좀 주물러서 발표하는게 통상적 관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사지없이 발표되는 경제전망은 없다. 어차피 변수에 따라 전망치는 수십가지 나올 수 있기때문에 정책적 목표에 따라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전망은 순수한 전망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정책목표다. 예컨대 정부가 성장률을 2%로 전망했다면 이는 2% 성장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마사지'도 정부의 정책운용 능력범위내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능력을 넘어 `무리한 마사지'를 했을 경우 결과적으로 목표달성에 실패, 전망과 실적은 엄청난 편차를 드러내는 것이다. 또다른 정부당국자는 `과거엔 너무 나쁜 수치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없어 무리한 마사지가 빚어지기도 했다. 무리한 수치를 달성하려다보니 무리한 정책이 남발되고 이는 결국 경제구조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구태는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무역수지흑자규모를 300억달러로 전망했으나 목표달성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12월들어 종합상사들에게 `밀어내기'수출을 강요하고 수입통관까지 지연시키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을 자행했다.
그 결과 연초 수출물량을 조기선적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1월 수출실적이 극도로 부진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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