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하반신 마비 장애인 황명희(32·인천 서구 불로동)씨의 하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고교 테니스코트에서 시작된다. 휠체어를 저으며 공을 좇는 시간은 하루 평균 5~6시간. 7년째 반복되는 일과다. 황씨의 직업은 장애인스포츠중 유일하게 국제프로경기가 열리는 휠체어테니스선수. 그는 국내 여성1호 선수이자 국제테니스연맹(ITF)에 등록된 휠체어 테니스 세계랭킹 38위의 베테랑 프로선수다.황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27세때인 93년1월. 경남 양산의 식품용기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계단에서 굴렀다. 가벼운 사고인줄 알았는데 3개월 뒤 신촌세브란스병원측은 「흉추 골절탈구」로 인한 하반신마비 판정을 내렸다.
죽음을 생각하던 황씨에게 새 삶을 가져다 준 계기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95년 8월 동료 환자들과 연세대 교정에 휠체어산책을 나갔다가 장애인들의 테니스경기를 구경하게 됐어요』 손이 부르트고 피부가 벗겨졌지만 코트에 서면 마음은 편했다. 중심을 못잡아 스윙을 하다 휠체어와 나뒹굴어 웃음거리가 된 적도 많았고, 코트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갔다가 쫓겨나는 설움도 겪었다. 96년5월에는 장애인 전국체전에 출전, 당시 국내선수 3명중 1위를 차지했다.
이왕 시작한 일, 황씨는 큰 물에서 놀고 싶었다. 지난해 4월 미 플로리다 오픈대회에 처녀출전해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숱한 고배끝에 황씨는 영국브리티시오픈대회 A등급 우승을 차지했다. 랭킹50위권의 「진정한 프로」들에게만 주어지는 오픈등급 출전권도 얻었다. 하지만 황씨가 아직까지 거둔 최고 성적은 2차토너먼트(8~16강)진출이 전부. 그간 수십여차례 치른 원정경기에서 따낸 상금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역시 세계의 벽은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두고보세요』 황씨는 2,3년내에 메이저대회서 우승한다는 야심찬 꿈을 안고 오늘도 맹렬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최윤필기자 ter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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