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복제방법을 이용한 암송아지 「영롱이」의 탄생은 우리나라 생명공학연구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 준다. 97년 2월 영국의 로슬린연구소가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후 일본 뉴질랜드 미국에 이어 5번째로 체세포에 의한 동물복제에 성공한 것이다.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제가 현실화함에 따라 인간복제 금지법안등의 제정이 시급해졌다.
「영롱이」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교수팀의 체세포 복제방법은 영국의 로슬린연구소의 방법을 답습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황교수팀은 난자에 체세포 핵을 결합시키기 전에 세포주 수준에서 6가지 전염병 검사를 하고, 염색체 검사로 유산과 유전성기형 등이 발생할 세포를 미리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등 기존의 체세포 복제방식을 한층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탄생한 복제젖소는 연간 우유생산량이 일반 젖소의 3배나 되는 「슈퍼젖소」로, 우량가축의 대량생산을 예고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빠른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이를 활용한 난치병 치료나 의약물질 생산 등도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하지만, 그만큼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윤리문제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경희대연구팀이 배아단계의 인간복제 실험에 성공했다고 해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지만 「영롱이」의 탄생과 함께 인간복제에 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동물복제 방법으로 인간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당연하다. 미국 일본등이 서둘러 인간복제금지법이나 지침을 마련하고 유네스코가 대책을 촉구한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우리도 「영롱이」의 탄생으로 생명공학 윤리규약이나 법 마련을 더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 하루빨리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종합해 이를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꽃이 피기 시작한 생명공학 연구를 위축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복제가 시도돼서는 안되겠지만 인류의 식량 부족과 난치병 치료등 인류의 복지를 위한 연구까지 제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생명공학 연구는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영롱이」의 탄생이 생명공학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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