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란 체포에 따른 쿠르드인들의 「조직적」행동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런던에 본부를 둔 쿠르드방송사 「메드(Med) TV」가 나라없이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인들에게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이 방송은 16일 오잘란이 터키 정보당국에 의해 체포되자 마자 바로 위성을 이용한 자체 채널로 전세계 쿠르드인들에게 분노의 부싯돌을 던졌다. 분개한 쿠르드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터키와 그리스, 이스라엘, 케냐 , 미국 공관으로 몰려갔다.
「메드 TV」는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4년전부터 전세계 쿠르드인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온 명실상부한 「쿠르드의 소리」. 하루 18시간씩 3가지 쿠르드어는 물론이고 터키어 아시리아어 아랍어 영어로 쿠르드 관련 소식을 방송하고 있다. 방송명「메드」는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정착한 쿠르드족의 조상 「메데스」에서 따온 것.
그러나 「메드 TV」는 지나친 민족적 성격 때문에 터키내 쿠르드인 만큼 유럽에서도 지난한 도전을 받고 있다. 97년에는 영국방송규약 중 공정보도 조항을 어겨 9만파운드(약 15만달러)의 벌금처분을 받았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독립방송위원회(ITC)로부터 『6개월내 중립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방영권을 취소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게다가 터키는 툭하면 이 방송을 막기 위해 방해전파를 쏘고 있다.
하지만 「메드 TV」는 정치적 입지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영국의 한 쿠르드문제 전문가는 『이 방송이 쿠르드 노동자당(PKK)의 선전가 역할을 해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쿠르드인의 정신적 중심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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