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간의 주요 경제지표들은 환란(換亂)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중환자실을 거쳐 회복실로 옮겨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호전된 지표 가장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가용외환보유액은 97년 12월18일 39억달러까지 내려갔으나 이달 15일 현재 522억2,000만달러로 불어났다.
94년이후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냈던 경상수지도 지난해 수입급감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인 399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환란을 전후해 빠져나갔던 외자(外資)도 빠른 속도로 재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해 5월이후 증가세로 반전, 지난달의 경우 9억6,700만달러로 1월중 투자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97년말 1,962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부터 1,2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실물지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의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4.7% 증가해 97년 10월의 9.2%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97년 12월(76.1%)이후 가장 높은 70.5%에 달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판매는 전년 동월에 비해 2.7% 줄어 지난해중 가장 작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회사채유통수익률(3년만기)이 한자릿수로 낮아지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전국 어음부도율은 지난달 0.12%로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지표들이 호전을 보이자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IBCA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은 최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했다.
▦불안한 지표 각종 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악화, 한국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7.9%로 같은해 1월의 4.5%보다 크게 높아졌다.
실업자수는 166만5,000명으로 1년새 100만7,000명 증가했다. 더구나 실업률은 올들어 9%대에 이르고 실업자수도 2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게 노동부의 전망이어서 예전 수준을 되찾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엔저여파로 환율과 주가가 흔들리는 것은 외부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의 내실화가 시급함을 반증하고 있다.
/정희경기자 hkjung @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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