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소환은 여론무마용 연극
1999/02/19(금) 16:54
지난해 12월 9일 인도네시아 대검이 수하르토 전대통령을 소환해 신문한 것은 「인민재판」을 피하기 위한 연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발매된 인도네시아 이슬람계 유력 주간지 「판지 마샤라카트」최신호는 수하르토에 대한 검찰 신문 다음날 「목소리가 하비비 대통령과 갈리브검찰총장과 꼭닮은」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
A:『아버님(수하르토)은 속상해하지 않으셨나』
B:『네, 신문이 필요했음을 이해한 듯 했습니다. 신문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인민재판이 벌어집니다』
A:『각오하고 있었을 거야. 그랬을 걸』
B:『그렇습니다. 인민재판이 되고 말 테니까요. 인민은 참을성이 없습니다. 신문을 했더니 긴장이 수그러들었습니다. 동정하는 여론조차 있습니다』
A:『신문은 몇시간이나 계속됐나』
B:『세시간 남짓했습니다』
A:『그정도면 충분해』
B:『그렇습니다. 두시간 정도로는 모양새 갖추기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약 4분간의 통화 내용 전체를 폭로한 이 주간지의 보도는 수하르토의 거액 부정축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에대해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과거 수하르토의 측근이었던 하비비대통령과 위란트 국군사령관겸 국방장관이 수사에 의욕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번 보도로 하비비정권은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하비비대통령은 즉각 윌란트장관에게 「도청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 또 아크발 공보처장관도 『대단히 정교한 도청 기술과 재력을 가진 자의 솜씨』라고 언급, 폭로된 내용이 전화 도청에 의한 정확한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병찬기자 b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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