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실련] "유총장 사퇴하라" 상근28명 연판장
1999/02/19(금) 17:36
올해 창립10돌을 맞은 중견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도부와 상근간사들간의 내분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시민운동의 관료화와 비민주적 운영 등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운동진영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초 유종성(柳鍾星)사무총장 명의의 모 일간지 기고문이 신문칼럼을 표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경실련 실무간사 등 35명 가운데 28명은 최근 유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작성하고 「개혁을 열망하는 상근자 모임」을 결성했다.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단체가 97년 김현철(金賢哲)테이프사건의 후유증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이같은 치명적 상처를 안게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유총장이 퇴진하라』는게 이들의 주장.
하지만 간부급인 실·국장단이 유총장의 연임을 지지하자 이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고, 지난 6일 중앙대의원대회에서 유총장의 유임이 확정되자 하승창(河勝彰)정책실장은 사표를 제출해버렸다. 경실련측은 22일 상임집행위를 열어 제출된 사직서를 모두 반려키로 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태가 유총장의 표절시비로 촉발되긴 했지만 유총장 등 지도부의 독단과 비민주성, 조직비대화에 따른 관료화 등 고질화한 문제에 대한 내부 개혁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상당수 시민운동단체들이 「시민없는 시민단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련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경실련 사태를 계기로 시민운동 전반에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운영상 독단은 어느정도 필요악적인 요소』라며 『이번 일을 시민운동진영 전반의 보편적 현상으로 일반화해서는 곤란할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경실련 유총장은 이번 파장에 대해 『후배들의 지적을 채찍삼아 경실련 내부개혁과 민주적 운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ter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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