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재활학교 졸업식장] "동정할때가 더 힘들어요"
1999/02/19(금) 17:49
『배움에 대한 애타는 갈증에 괴로워 할 때 샘물과 같은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졸업생 송사를 애써 읽어내리는 구수정(具壽政·14)양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장애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북받치는 감동때문인지는 구양도 알 수 없다.
1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뇌성마비복지관에서는 삼육재활학교 초등부 제1회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이 단 6명뿐인 작은 졸업식이지만 이곳에 모인 학생들과 학부형이 느끼는 감격과 설레임은 여느 졸업식 못지 않았다.
『나는 한번도 내자신을 비정상이라 생각해본적 없지만 주위에선 왜 나를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젠 어엿한 중학생이 됐고 앞으로도 즐겁게 생활할겁니다』 2년간 일반학교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구양은 『따돌림을 당했을 때도 슬펐지만 사람들이 동정하는 태도를 보일 때 더 힘들었다』며 『중요한건 마음가짐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학부형들도 지난 시간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구양의 어머니 정부심(鄭富心·39)씨는 아직도 구양이 태어나던 86년 9월21일을 잊을 수 없다. 분만을 위해 병원으로 가던 중 타고 가던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트럭과 정면충돌하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구양은 혼수상태인 어머니몸에서 뇌를 다친 채 태어났다. 게다가 막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가계를 꾸려가던 남편(44)마저 89년 위암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지만 정씨는 파출부일을 나가며 남편의 병간호와 구양의 재활교육을 억척스레 꾸려왔다.
정씨는 지금 이 학교 통학버스 보조원으로 근무하며 구양을 비롯한 장애아동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이밖에 권세숙(權歲淑·43)씨는 아들 정우영(鄭佑榮·16)군의 통학을 위해 3번이나 이사를 했고 김송경(金松耕·36)씨는 아들 김창민(金昌珉·13)군의 재활을 위해 뒤늦게 대학 특수교육과정을 공부해 지금은 이 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김군의 졸업을 지켜봤다.
졸업생들의 담임인 방성혁(方聖爀·31)교사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지식보다는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었다』며 『이제 졸업생들은 아무도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생각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훈기자 jun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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