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목격자가 장땡인가
1999/02/18(목) 23:52
『목격자는 왕?』
일선 경찰이 교통사고 조사과정에서 불확실하거나 조작된 목격자 진술을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억울한 피해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시비나 민원을 우려한 경찰이 목격자를 먼저 찾아내는 쪽에 유리하도록 사건을 처리해 이의신청과 재조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뺑소니 운전자로 몰렸다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버스기사 S(54)씨(본보 2월9일자 27면 보도). 그는 97년 12월 서울 구로구의 한 교차로에서 U턴을 하다 노모씨의 그랜저 승용차와 충돌, 『S씨가 직진 신호때 U턴했다』는 목격자 진술로 인해 불구속 기소됐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목격자들이 『사고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경찰이 진술을 유도했다』고 증언하고 S씨가 찾아낸 또다른 목격자도 오히려 노씨가 신호위반을 했다고 주장하자 재판부는 S씨가 오히려 피해자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경찰청 교통사고이의조사반에 접수되는 하루평균 70여건의 이의신청 중 20%는 신호위반 사고의 목격자 진술둘러싼 다툼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 G타운부근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서있다 돌진하는 전모씨의 누비라 승용차에 치인 임모(28)씨는 조카(4)와 함께 전치 12주의 중상를 입었다. 하지만 경찰이 당시 『피해자가 도로에 내려서있었다』는 과일노점상의 목격진술을 근거로 임씨의 과실로 처리,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자 이의신청을 냈다. 이에 경찰이 현장을 재조사한 결과 최초 목격자가 사고순간을 잘못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교통사고 조사가 이처럼 목격자의 말 한마디에 지나치게 오락가락하자 운전자들은 사고만 나면 목격자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고, 거리에 내걸린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보고 허위 목격자가 나서는 경우도 늘고있다. 자동차보험 업계에서는 「직업 목격자」알선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97년 여름 올림픽대로에서 후진하다 뒤따르던 승용차와 충돌해 사망한 A씨. 경찰과 도로교통안전협회의 조사결과 A씨의 후진사실이 인정돼 보상을 받기 힘들어지자 유가족은 현장에 사례비 1,000만원이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한달이 지나 『당시 사고현장을 지나갔다』는 화물차운전자 B씨가 목격자로 나서 『A씨가 정상적으로 주행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이 재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주행속도와 스키드마크등 정밀조사결과를 제시한 경찰의 추궁에 B씨는 『한달전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을 뺐고 결국 B씨는 사례비를 노리고 허위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법상 허위 진술이 분명하지만 대가성을 밝혀내지 못해 B씨를 처벌하지 못했다.
교통사고 감정연구원 차성한(車聖漢·49)원장은 『우리 경찰의 교통사고 조사는 역학적 분석이나 사고 유형에 따른 차량과 운전자에 대한 정밀조사보다는 정황증거와 주관적인 목격자진술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급증하는 교통사고 분쟁의 해소를 위해서는 전문 조사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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