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언니네 이발관' 모던록풍 2집 들어보세요
1999/02/18(목) 18:18
『어떤 노래 좋아하세요』 『록이요』 『수준이 높으시군요』 『당근이죠(당연하죠)』 「나도 록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폼 좀 잡고 싶다」 하지만 칙칙하고 시끄럽고 노래 따라부르기도 어렵고….
그래서 모던록이 인기다. 이를테면 록이 거친 재생지 공책 같은 것이라면 모던록은 팬시업체에서 만든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같다. 적당히 메시지도 있고 따라 부르기도 쉬운.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밴드로 출발, 90년대 인디밴드의 1세대 격으로 「추앙」받고 있는 「언니네 이발관」이 2집 「후일담」을 냈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은 그룹 원년 멤버인 이석원이 고등학교 재학중 빌려 본 일본 성인영화 비디오 테이프의 제목. 멤버는 이석원(보컬 기타), 정대욱(기타), 이상문(베이스), 김태윤(드럼 퍼커션).
사실 언더그라운드 밴드로 모던록을 표방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이다. 대중에게 가까운 만큼 음악이 가벼워질 수 있는 위험이 크다. 그러나 언더 음악이 독립운동도 아니고 이제 그런 것으로 서로를 비난하지 않을 만큼 언더의 분위기도 자유롭다.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로 어울릴법한 머릿곡 「유리」는 비음 섞인 보컬의 매력적 목소리와 쉬운 멜로디 라인, 서정적 가사로 인기를 예감케 하는 곡.
사운드나 연주에서 특히 실력이 돋보이는 곡은 「무명택시」와 「어제 만난 슈팅 스타」.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 라인에 기타 리프도 인상적인 「인생의 별」은 6분17초의 긴 연주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곡이다.
「어떤 날」, 「순수함이라곤 없는 정」은 포크적 사운드의 복고풍 노래로 순수한 보컬의 매력이 살아있기는 하지만 이런 곡의 비중이 지나쳐 「공주병」에 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곡 대부분을 이석원이 작사 작곡했고, 정대욱이 작곡을 함께 했다. 1집에 비해 사운드의 신선함은 덜하지만 음반 전체의 곡은 한결 성숙해져 대중들은 더 좋아할 것 같다.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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