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은개혁 뒷걸음질
1999/02/18(목) 17:36
『중앙은행으로서는 50년만의 대변혁이며 조직역량이 선진국 중앙은행의 수준으로 제고될 때까지 지속적인 개혁작업을 추진하겠다』
18일 오전 11시 한국은행 기자실. 한은의 경영개혁안을 발표하는 전철환(全哲煥)총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발표문에는 「획기적」「고강도」「과감한」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했고, 심훈(沈勳)부총재 등 배석자들도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마치 이날 발표장은 개혁안이 시행되기만 하면 50년간 약자라는 보호막에 안주했던 한은이 거듭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개혁안을 들여다 보면 「획기적」,「과감한」이라는 표현이 지나친 듯 했다. 개혁안의 골자인 연봉제 실시와 외부전문가 영입, 결재단계 축소 및 주요직책에 대한 공모제 등은 이미 민간기업은 물론 일부 정부부처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선 획기적일 수 있지만 외부의 잣대로 보면 그렇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한은의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돼 온 외부전문가 영입의 경우 구체성이 부족했다. 전총재는 국제부 조사부 기획부 등의 상위직으로 전문가를 영입한다고 했지만 『반드시 (채용되는 외부전문가가) 부장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은 자문관이상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제부장이나 조사부장중 한 자리는 반드시 외부인으로 채우겠다고 해도 부족할 터에 전총재의 이런 언급은 과연 한은이 자발적으로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했다.
한은은 환란(換亂)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지난해 3월 법상으로 독립해 과감한 변신을 요구받아 왔다. 뒤쳐진 개혁에 구체성이 결여되는 한 중앙은행으로서의 권위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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