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75학번 이다우씨] 장애딛고 24년만에 졸업
1999/02/18(목) 17:47
장애인 만학도가 입학 동기생 교수와 어린 동창생들의 도움으로 서울대 입학 24년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다.
서울대 약대 75학번 이다우(李多雨·44·경기 용인시 구성면)씨는 26일 열리는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 졸업생으로 학사학위를 받는다. 82년 2학년을 마치고 제적된 이씨는 뇌종양 투병과 왼쪽 신경마비 등 장애를 딛고 97년 재입학, 향학의지와 이를 뒷받침해준 동료들의 도움으로 감격적인 졸업장을 받게 된 것이다.
이씨는 유신독재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격동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대표로 활동하는 등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성적불량으로 82년 제적됐다. 이후 한 독일여성과의 인연으로 독일로 건너간 이씨는 91년 귀국, 한 일간지에서 국제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93년 5월 갑작스레 뇌종양 판정을 받고 서울과 일본을 오가며 3차례의 대수술을 받은 이씨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왼쪽 신경이 마비돼 손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갑자기 닥쳐온 불행은 오히려 이씨를 좌절이 아닌 배움의 길로 이끌었다.
요양 중 특례재입학 소식을 듣고 모교를 찾아간 이씨를 반긴 사람은 입학 동기생인 박정일(朴政一)교수. 박교수는 『함께 힘껏 노력하자』고 격려했고 같은 과 후배들은 실험때마다 교대로 몸이 불편한 이씨를 도왔다.
이씨는 『실험실습과 리포트 작성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후배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몸이 불편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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