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 '세력연대' 넘어 '화합정치'에 무게
1999/02/18(목) 17:54
집권 2년째를 맞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적 명제는「연대」를 넘어선 「화합」이다. 김대통령은 야당시절부터 이질적인 세력과의 연대와 연합을 간단 없이 추구해왔다. 언제나 정치적 소수파였던 김대통령에겐 그것만이 몸을 불리고 집권하기 위한, 선택 없는 길이었다.
김대통령은 DJP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뒤에도 이런 숙명을 극복해내지는 못했다. 김대통령 스스로 지난 1년간 정치분야에서의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영남정권을 종식시키고, 최초의 호남출신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구조적 지역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과의 최근 갈등은 우리 정치의 관행인 신·구정권간 대립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지역분할 구도가 재현된 뒤, 김대통령은 지역세력간 연합을 통한 정계개편을 구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곧이어, 국민여론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정치권에 대한 사정에 착수했고 연대·연합 분위기는 사라졌다. 김전대통령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친구이자 민주주의의 동지」라고 평가하면서도 문민정부의 실정을 규명하기 위한 경제청문회를 강행했다.
여기에서 현실론 못지 않게 원칙론을 고집하는 김대통령의 독특한 정치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임기중에 민주주의의 제도화, 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앞으로 정치적 세력 확산을 위한 연대책 보다는 구조적인 화합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21일 국민과의 TV대화를 시작으로 국민화합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런 조치들이 원칙론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수준까지 갈 것같지는 않다.
김대통령은 여야관계에 대해서도 한계를 긋고 있다.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은 야당측이 정계개편 포기 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야당이 여당의 보호하에 정치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김대통령의 심중을 전했다. 전직대통령들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예우를 갖추는 것」 이상의 구애를 펼치고 싶어하는 것같지는 않다.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 『김대통령과 나의 최대의 공통점은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라고 토로한 것처럼 이같은 정치스타일은 김대통령의 성격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 지난 1년간의 결과가 증명하듯, 이같은 노선은 긍정적인 측면이 크면서도 수시로 난관에 봉착하는 보다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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