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의 첫 출어
1999/02/18(목) 17:48
한·일어업협정 실무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오늘부터 우리어선들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가 조업을 하게 된다. 협상타결 2주일 만이다.
협상타결 후 바로 조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입어절차가 까다로워 지연됐다.
다행히 한일양국은 18일 명단이 통보된 어선은 허가증이 나오기 전에도 조업할 수 있다는 문서를 교환했으나 입어절차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한일어업협정 실행지침에 따르면 우리어선들이 일본 EEZ에서 조업을 하려면 시·도_해양수산부_주일한국대사관을 거쳐 일본수산청에 최소한 36시간 전에 통고해야 한다.
조업이 끝난 후에는 조업개시 및 종료시의 위도·경도등을 기재한 조업실적을 선적지 무선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같은 까다로운 절차는 앞으로 일본수역에서의 조업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출어한 어선은 13일 일본에 명단이 통보된 959척이다. 모두 조업상의 많은 제한으로 만선의 꿈을 실은 희망의 출어가 아닌 시름의 출어를 하게 됐다.
어장도 좁아지고 허가된 어획량도 예년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게 저자망조업은 금지된데다 통발조업도 척당 설치할 수 있는 통발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어 만선의 기쁨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바다에 삶을 의지하는 어민들은 조업을 제한받게 되면 모험조업을 하게 된다. 지난 15일 우리어선 두 척이 중국과 일본의 잠정수역에서 조업하다가 일본순시선에 나포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의 행위가 국제관례를 무시한 것이지만, 「문제 지역」에 출어한 우리어선에도 책임은 있다. 당국은 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됐는 가를 분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어선들이 출어하고 싶을 때 쉽게 떠날 수 있도록 입어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입어절차는 자칫 상대국에 의해 출어시기가 조절될 수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와함께 우리어민들의 의식과 어업구조를 새로 전개되는 해양질서에 적응하도록 계몽하고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선 감척등 어민들의 희생이 클 것이 분명하다. 감척도 일본수역에 의존도가 높은 어선부터 중요도에 따라 지혜롭게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836억원을 들여 391척을 줄이기로 했지만 보다 과감한 지원대책으로 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잡기만 하는 어업에서 보호하고 키우면서 잡는 어업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재빠른 구조조정 및 정책의 전환만이 시름의 출어를 희망의 출어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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