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스트레스
1999/02/17(수) 16:44
송영주 문화부차장
오늘 아침, 주부들은 어떤 기분일까. 혹시, 지난 일요일에서 수요일까지 무려 나흘간 계속된 설연휴가 마침내 끝났다는 데 대한 안도감 같은 것은 아닐런지? 주부들에게 설은 결코 휴가일 수 없다. 설 며칠 전부터 시작된 장보기에, 음식 준비에, 그리고 가족 수발에 이름만 명절인 채, 잔뜩 스트레스만 안겨다 준 설 연휴였을 것이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해후한다는 설 명절에 대한 설레임은 기대로만 끝난 채, 많은 주부들은 부엌에 구부정하게 선 채로 연휴내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을 지 모른다.
어디 팔다리만 피곤한가. 매일 밤 1~2시까지 설특집 TV 보느라 눈도 커졌을 것이다. 둥그렇게 변한 달덩이 얼굴은 또 뭔가. 식구들 뒤치다꺼리에 지쳐,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푼 주부도 꽤나 많았을 테니까.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떠난 오늘 아침, 주부들은 욱신거리는 팔다리를 주무르며 가까스로 한숨 돌리고 있을 지 모른다. 설이 가져다 준 스트레스로 여전히 정신은 산만한 채로…. 설날에 대한 기대가 컸던 주부일수록, 또 일만 죽도록 했던 주부일수록 스트레스는 심할 것이다. 「기대」와 「경험」의 차이가 바로 스트레스 아닌가.
기대에 못 미친 채, 고생으로 끝난 설날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달리 풀 방법은 없을 것인가. 정신과 의사들이 산만한 정신을 다스리는 데 곧잘 권하는 「명상의 시간」을 설 스트레스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조용히, 소파에 앉아 한 30분 정도 눈을 감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명상이 어렵다면 좋아하는 시나 성경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쿵쾅거리던 가슴이 조금은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보고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진 말자. 여자에게 「수다」는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웃음을 되찾게 해주는 정말 특별한 것이니까. 시간이 괜찮다면 잠깐 밖으로 산책을 나서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햇볕은 우울증의 주요 치료수단일 정도로 우리 기분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다. 투명한 햇볕을 맞으며, 이제 고달픈 설은 가고, 꽃망울 활짝 터질 봄이 오고 있음을 느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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