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도시건축] 교보빌딩
1999/02/17(수) 17:02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은 주일미대사관을 설계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시저 펠리(73·미 예일대 건축대학장)의 작품. 도쿄를 방문, 주일미대사관을 보고 감동을 받은 신용호 명예회장이 『저것과 똑같이 지어달라』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주일 미대사관과 교보빌딩은 흡사한 점이 많다. 갈색빛 건물에 정원을 낀 실내 아트리움(광장) 등은 시저 펠리의 대표적 건축 양식으로 통한다. 교보그룹은 광화문 빌딩과 같은 유형의 건물을 대구 부산 천안 등 23곳에 지었다. 때문에 교보는 사옥만으로도 자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교보빌딩을 진짜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지하 1층에 위치, 세계 최장의 서가(25㎞)를 자랑하는 교보문고와 「시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대형 현판때문이다.
교보문고는 소음 차단 효과가 있는 수만개의 알루미늄 봉과 반사 비닐로 장식된 천정, 서서 책을 읽을 때 다리의 피로도를 덜어 주는 카펫 등이 다른 서점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음반, 문구류를 판매하는 「문보장」까지 갖춘 이 초대형 서점을 찾는 사람은 평일 4만명, 주말 5만~6만명이다.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는 시적인 내용의 현판 역시 광화문의 주요 거점으로서의 교보빌딩을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시적인 현판이 광화문에 등장한 것은 98년2월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낯선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가 등장하면서. 계도성 현판에 싫증난 도시인들에게 이 현판은 서울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교보문고가 있어 친근한 교보빌딩이 세계적 건축대가의 「작품」임을 아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이 건축가의 작품인 주일 미대사관이 언덕에 위치, 건물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던 반면 교보빌딩은 도심의 빌딩 숲 사이에 자리를 잡아 완상(玩賞)의 기회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작품이 향기를 뿜어내기에 서울은 너무나 여유가 없는 도시이다. 박은주기자
건물 프로필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1가 1 면적 3,099평(대지) 2만8,758평(건물연면적) 건축주 교보생명보험주식회사 설계및 감리 시저 펠리, 엄&이 건축연구소 시공 ㈜대우 건축기간 77년10월~80년7월 (33개월) 상주인구 2,500명 연인원 2,920만명(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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