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 안타까운 사연 '얼굴을 돌려주세요'
1999/02/18(목) 00:13
한국23면 사회면-내 얼굴을 돌려주세요
『내 얼굴을 돌려주세요』 교통사고로 얼굴을 잃어버린 한 한국인 유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97년 4월 14일 LA의 한 고속도로. 한국 유학생 고정원(25·여)씨는 LA 인근 토런스에 사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교통신호위반으로 경찰에 쫓기던 한 스포츠카가 고씨의 차를 들이받았다. 고씨의 자동차는 가드레일을 받고 뒤집혔으며 폭발했다. 극적으로 구출된 고씨는 얼굴등에 3도 화상으로 두달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이 사고로 고씨의 얼굴 왼쪽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사고후 처음으로 거울을 본 고씨는 충격을 받고 학교마저 갈 수 없을 정도로 우을증에 빠졌다. 고씨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그는 뇌일혈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고국에 갈 수없었다. 또 학교에도 다니지 않아 미 연방이민국(INS)이 그의 학생비자를 취소, 한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그는 용의차량을 쫓던 미 경찰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캘리포니아주법과 대법원 판례등에 따르면 경찰은 일반적으로 범인 추격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고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LA 아시아·태평양법률센터는 고씨가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탄원서를 바바라 복서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에 제출했다. 고씨가 시민권을 얻어낼 경우 화상환자들에 대한 치료 혜택을 보다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가해 차량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탓에 여섯차례에 걸친 수술비 35만달러도 못내고 있다.
LA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17일 고씨의 이같은 사연을 크게 전하면서 최소한 고씨가 얼굴만이라도 제대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김지영기자 kimjy@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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