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쉰정국] 대화.화해의 싹 트려나
1999/02/17(수) 18:10
이번 설 연휴는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공백」이었다. 정치권이 숨을 고르며, 대치정국의 반전을 꾀할 수 있게됐기 때문이다. 여권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21일), 취임1주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화합기조를 천명할 예정이다. 야당도 여권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정국운용방안을 제시하면 대화의 물살을 탈 생각이다. 그러나 총재회담을 둘러싼 여야 이견, 공동여당의 내각제 갈등 등이 엄존하고 있어, 정국순항을 낙관할 수만도 없다.
총재회담 성사전망 = 경색정국 타개를 위한 총재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선언」을 여권에서 먼저 확약(確約)해 아한다는 한나라당의 요구가 총재회담 성사의 관건이다. 3자간 총장회담을 요구하는 자민련측의 「몽니」도 변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17일 『어떠한 형태로든 야당파괴를 하지않겠다는 「액센트」가 있어야 응할 수 있다』고 못박은 뒤,『총재회담을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민련을 배제한 양자간 총장회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이에 대해 『야당의원을 빼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누차 언급했는데, 야당이 새삼 이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괜한 트집잡기』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총장은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를 각서로 요구하는 야당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여야는 일단 총장라인을 통해 기세싸움식 탐색전을 벌이다 21일 김대통령의「국민과의 TV대화」이후 돌파구를 마련한 뒤 취임 1주년인 25일 이전에 극적으로 총재회담을 성사시킬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DJ-YS관계 = 단기적으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돌연 연기했던 기자회견을 밀어붙일 지, 그럴 경우 수위는 어느 정도 될지가 주요변수다. 현재 상도동 분위기는 강행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데, 시기는 김대통령의 취임1주년을 넘기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21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완곡하나마 화해제스처를 보이거나, 양자간 물밑접촉 등을 통해 대타협이 성공할 경우, 「무기연기」라는 방식으로 취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관련 『이번 연휴동안 두 사람의 의중을 잘 아는 핵심라인이 막후접촉을 갖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양측은 강력부인한다.
두 사람은 전례로 보아 중장기적으로도 「데탕트(긴장완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부딪치는 냉전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YS입장에서는 공멸을 부를 수 있는 전면전은 가급적 자제하려 하겠지만, 여권이 「상처」를 내려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면대응으로 나설 수도 있다.
DJP내각제 담판 = 내각제는 그동안 DJP 사이에서 선문답으로 존재해왔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한결같이 『DJ JP가 정색하고 내각제문제를 다루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DJP의 내각제 선문답이 정국혼선과 국정불안의 한 원인이 된다는 여론이 여권에 부담을 주고있다.
여권 핵심부는 이를 감안, 더이상 내각제문제를 미제(未濟)로 방치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 취임1주년 내외신회견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DJP가 내각제문제를 직접화법으로 논의해야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장단을 맞춰줄 지는 의문이다. 자민련내에 내각제론이 여전히 강하고 김총리 자신도 내각제 의지를 접지않고 있다. 따라서 DJP가 내각제문제에 대한 직접대화를 시작하더라도, 큰 가닥이 잡히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또 DJP 사이에 결론이 나오더라도 당분간 공동여당내 대세형성을 위해 호흡조절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계개편 = 여권은 가급적 야당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정계개편이나 야당의원 영입은 일단 유보될 전망이다. 더욱이 정계개편 중단은 야당이 총재회담의 조건으로 요구해놓은 상태다. 여권 핵심부는 『지금의 정치구도나 행태로는 안된다』고 인식하지만, 당장 변화를 구체화할 가능성은 없다. 야당의원들과 접촉해온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야당의원 몇 명이 입당한다고 정치변화가 오기는 힘든 국면이다』면서 『당분간 올 스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정계개편을 향한 모색이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새로운 정파의 출현, 공동여당의 합당, 국민화합형 개편 등 정계개편의 다양한 방안들은 정치권의 전면에서는 사라지고 보다 내밀하게 추진될 공산이 크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가 『말이 앞서서는 안된다. 다음에 정계개편이 부각되면 곧바로 일이 매듭돼야한다』고 말한 대목은 「보안속 추진」을 시사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김성호기자 sh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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