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북한미술전 18일부터 백상기념관서
1999/02/17(수) 17:03
북한 미술은 90년대 중반부터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통일전망대」 같은 통일 프로그램을 통해 간간이 보아왔고, 최근에는 홈쇼핑 텔레비전이나 유통업체를 통해 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외화벌이를 위해 급조한 「이발소」 그림도 많았고, 유명작가의 모작이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에 전해졌다. 조선화(한국화)만 지나치게 많이 소개돼 북한 미술의 실상을 유추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19일~3월4일 백상기념관(02_724_2243)에서 서울경제신문사 주최, 새스코화랑주관으로 열리는 「북한미술전」은 북한의 대표적 조선화가인 선우 영을 비롯, 송찬형 리맥림 김장한 최제남 표세종 오영성 등 일곱 작가의 사연많은 그림들이 선보인다.
전시를 주관한 신동훈(51·申東勳)씨는 L.A 새스코화랑 대표 자격으로 88년부터 북한을 수시로 드나들며 북한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를 가져 온 사람. 참가 작가들과 일일이 만나 교분을 쌓고 그림을 미국으로 가져와 L.A 뉴욕 등에서도 수차례 전시를 가졌다.
이번 전시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인물화를 주로 소개한다. 리맥림(72·공훈예술가), 월북화가 김장한(71·공훈예술가), 최제남(65·평양미술대 교수)의 인물화는 사실주의적 화풍의 초상화 형식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고 있으며, 송찬형(69·공훈예술가)의 그림은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 주제화로 볼 수 있다. 북한 인물화의 특징은 북한 화가들의 엄청난 수련의 결과물인 뛰어난 사실 묘사력. 전체적으로는 밝고 힘차면서도 인물은 소박한 정감이 넘친다.
풍경화만을 내놓은 표세종(70·공훈예술가)의 작품은 세밀한 필치의 묘사력이 돋보이며 조심스런 관찰력과 지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선우 영(53·인민예술가)은 일본에서 열리는 「통일미술전」을 통해 국내에도 지명도가 높은 작가. 세필로 치밀하게 그려낸 독특한 바위 묘사기법이 눈길을 끈다. 화조화를 출품한 오영성(35)은 밝고 화사한 색감과 간결한 구성능력이 가능성을 보게 한다.
재료가 부족한 북한의 실상을 반영하듯 치마폭이나 거친 마대를 캔버스 대신 이용하거나 캔버스를 조각으로 이어 붙여 사용한 경우도 있다. 좀 더 다양한 유화세계를 조망하지 못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북한 미술 실상의 일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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