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누가 '노의 노' 부추겼나
1999/02/13(토) 18:26
『어차피 올 사태가 터진 겁니다』 출범 13개월만에 좌초위기를 맞은 노사정위의 현 주소를 놓고 노동부의 한 국장은 『돌이켜보니 그동안 형식적이나마 노사정위가 운영돼온게 신기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감(感)」은 노사문제가 현안이 될때면 늘 들어온 노동계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노동계를 노사정위에 묶어두려했을 뿐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는 소 닭 보듯했다는 지적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회의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잔뜩 찡그린 얼굴로 눈까지 감은 관료와 사용자들을 보며 내가 근로자라도 「이런 회의에 왜 참석해야하나」라고 허탈해했을 겁니다』 그는 구조조정문제만 해도 정부와 사용자는 『쫓겨나는 근로자는 어떻게 사느냐』는 노동계의 되물음에 『정리해고를 안하면 나라가 망하는데 어떡할 래』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사실 들러리노릇은 안하겠다며 장외로 뛰쳐나가려는 노동계를 뒤늦게 붙잡으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이다. 노사정위라는 좋은 틀을 만들었음에도 『그래도 장외보다는 협상이 낫다』는 믿음을 주기는 커녕 노동계에 『역시 노동운동은 싸우는게 최고』라는 예의 확신을 더욱 굳혀줬을 뿐이다.
정부가 허겁지겁 「당근」으로 내놓은 업종·지역별 노조에 대한 실직자의 가입이나 노사정위의 법제화 등도 이미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사안을 마치 큰 선물인양 포장해 약발이 떨어졌다. 한 노동계 인사는 『약속한 것도 내몰라라하던 정부가 막상 탈퇴한다니 언제 그랬냐는듯 모든 것을 들어줄테니 탈퇴하지말라고 합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역시 대화보다는 투쟁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지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동계를 골칫덩어리로 보는 관료들의 생각이 바뀌지않는 한 노동계는 영원히 골칫덩어리일 것』이라는 한 노사정위 간부의 말을 되새겨야할 때다. /이동국 사회부기자 east@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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